되돌아 보며: 카카오톡 카카오(Kakao)와 2위 규모 웹 포털 다음(Daum)의 합병
세계 시장의 메신저 앱 전쟁에서 또 다른 주요 개발사로서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시지 앱 벤처 회사인 카카오(kakao)는 역시나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웹 포털인 다음과 함께 합병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국내 언론사는 26일인 이날 아침부터 일제히 다음이 공개했다는 이 소식을 전달했고, 두 회사는 이날 오후 2시를 전후한 시각에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공동 기자 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카카오톡(Kakao Talk)은 상당히 자주 라인(Line), 위챗(WeChat)과 동일 선상에서 언급되곤 했는데, 두 메시지 앱 모두 대규모 거대 모회사 (각각 네이버와 텐센트)와 국제 시장을 향한 야망을 가진 회사들이지요. 카카오(Kakao)는 동남 아시아에서 공격적인 광고 캠페인에 돈을 지출했지만, 서양이나 영어권 사용자에게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적은 예산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 만큼은 카카오톡이 독보적입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대부분 스티커 판매와 게임 관련 구매에서 얻은 수익으로 2,070억 원을 벌어 들였고, 순이익만 해도 601억 원이나 됩니다.
국내에서 다음(Daum)은 인기리의 메일과 카페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장본인이자, 네이버에 밀려 2위 규모 자리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웹으로 들어가는 오랜 관문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일본, 대만, 태국의 사용자가 선택한 메시지 앱인 라인(Line)을 소유하고 있지만,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회사 네이버 라인의 운영은 회사 전체를 구성하는 일본 직원에 의해 이뤄집니다. 다음이 그렇게 잘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과 수익성이 몇 해에 걸쳐 계속해서 저조, 악화되고 있고 모바일과 게임 등 신사업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카카오와의 합병이 회사에 몹시 필요했던 모바일 시장에서의 발돋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카카오가 결제 서비스, 전자 상거래, 미디어 컨텐츠 분야에 까지 그 범위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공교롭게도 인수 발표 후 다음은 모바일 페이지의 디자인을 개편했고, 카카오는 카카오 스토리(Kakao Story)의 웹사이트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다음과 카카오는 두 회사가 합병을 통해 “다음 카카오(Daum Kakao)”라고 알려진 새로운 합작 회사를 구성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그 동안 두 회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지만, 서서히 하나의 독립체로 합쳐질 겁니다. 8월에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올 해 10월 1일 경에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카카오의 주주들은 가지고 있는 각 카카오 지분에 대해 새롭게 발행되는 다음 카카오의 지분을 약 1.556의 비율로 받게 됩니다.
다음 대표인 최세운 CEO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냈습니다.
양사는 협업, 개방성과 비 계층적인 일 문화에 대한 강한 믿음을 옹호하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독특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바일 분야에서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시장 지위가 우리의 우수한 컨텐츠 서비스 및 20년 간의 운영 경험이 결합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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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건가요?
좋다, 나쁘다 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회사라는 두 이익 집단이 하나가 되는 것이기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두 곳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거나 혹은 IT 분야와 업계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별다른 큰 감흥이나 느낌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변화’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인터넷 환경이 거의 10년이 넘게 네이버가 독점하다시피 하며 정체되어 있었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사실상의 독점 상황이 계속되면 균형을 맞추고 견제할 세력이 없어 발전도 느려지고 경우에 따라 멈출 수도 있겠지요. 다양성이 주는 생기와 활력, 끊임 없는 개선과 변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함께 움직이며 영향을 주고 받을 상대가 없다면, 옆에서 다른 방향으로 한 번 밀어주기라도 할 누군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경쟁, 개선, 다양성, 변화, 발전 모두 소비자에게는 좋은 것들 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다양성과 경쟁이 네이버에게도 좋은 일이 되겠지요. 경쟁과 새로운 자극을 통한 변화의 또 다른 동력이 될 겁니다.
네이버를 견제할 (또 다른) 세력이 생긴다는 것.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
이것 만으로도 이번 합병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두 회사 모두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여러 새 사업을 4년간에 걸쳐 진행했지만 크게 성공한 게 없었고,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을 성공시키며 수익화 논란을 잠재우고 큰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역시나 이렇다 할 큰 성공이나 성과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 벤처 회사, 심지어 외국계 회사에 이르기까지 내 외부에 걸쳐 다양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압력과 정체 상황을 극복하고 타개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미 기사를 접한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일단 외형적인 형태는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른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언론이 전달한 소식에서도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되어 있는 것이겠지요. 앞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올 해 8월에 주주들이 승인을 해주면 이제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지분율"
카카오 김범수 의장 다음 이재웅 창업자
그런데 외형이 아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흡수한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벤처 기업인이자 카카오의 설립자이기도 한 김범수 의장은 이번 합병에서 40% 안팎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됩니다. 합작 회사 다음 카카오의 사실상 소유주가 된 셈이지요. 이에 반해 역시나 국내 인터넷 초창기 벤처 기업인으로 시작한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5% 정도의 지분율만 갖게 됩니다. 실질적으로는 소유권을 잃게 되는 셈이지요. 여기에 대해 이재웅 대표가 양보의 결심을 했다는 평가도 보이네요. 기업 가치만 해도 3배 가량 차이가 나기에 (다음 1조원, 카카오 3조원 수준) 사실상 카카오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입니다.
다음과 카카오 두 회사가 기자 회견을 열고 합병 의사를 공개하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형태로 자신들의 이후를 펼쳐 나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일들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1. 카카오의 세계시장 사업전개 확장
앞서도 말씀 드렸던 것처럼, 카카오도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기는 했지만, 일본을 필두로 대만, 태국에서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성장하고 있는 라인(Line)의 기세가 부담이 됐을 겁니다. 자금 문제로 세계 시장 사업 전개도 제한적인 편이었지요. 그런데 이번 합병으로 상당한 양의 자금이 유입돼 (약 1,000억 원 규모) 세계 시장 진출과 사업 전개를 좀 더 확장해서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2. 다음의 경쟁력 강화, 카카오톡 연계 신사업 진행
네이버에 비해 회사 규모가 작았는데 이번 병합으로 회사 규모를 늘렸습니다. 그리고 수천 억 원에 달하는 매출 증대 효과도 예상된다고 하는군요. 확보한 자원을 바탕으로 카카오톡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다음의 회사 전체 경쟁력이 강화될 것입니다. 다음 뉴스 서비스의 경우 선호하는 사용자층이 확실히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도 컨텐츠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계속 눈 독을 들이고 있다는 기사가 여럿 나오기도 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뉴스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면 카카오의 수 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컨텐츠와 뉴스 유통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지요.
다음의 최세훈 대표는 “카카오의 확산력과 다음의 컨텐츠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면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카카오는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발언으로 봤을 때, 다음 검색 자체나 혹은 뉴스와 같은 컨텐츠를 카카오톡에 넣는 형태와 같이 둘을 연결할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네이버와 경쟁할 수 있는 회사로 등장
아직 섣불리 판단할 시기는 아니지만, 둘이 합쳐서 덩치가 커진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처럼, 두 회사의 연합과 결합은 네이버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새로운 사업자가 탄생했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 시장은 네이버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사업자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다음이 균형을 이룰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이 있기도 했지만, 다음과 네이버의 격차는 갈 수록 더 벌어졌고, 애를 쓰고 있기는 했지만 다음은 여전히 2위 자리와 벌어진 격차,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양사 모두 성장과 동력이 정체된 상태였지만, 이번 합병으로 코스닥 시가 총액 2위의 기업이 되는 만큼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네이버와 한 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 있는, 경쟁할 수 있는 기본 골격을 갖춘 회사로 등장할 것입니다.
4. 둘을 잇고 결합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 등장
지금 당장도 볼 수 있듯이 두 회사는 주 사업 분야가 서로 상충됩니다. 메신저, 메시지 앱인 카카오톡(Kakao Talk)과 마이 피플(My People)이 서로 겹치지요. 한 동안은 그냥 그대로 간다고 해도, 이들이 하나가 된 상황에서 두 서비스를 모두 유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 겁니다. 중첩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려 하겠지요. 이렇게 되면 미래가 불투명해 지는 것은 마이 피플 입니다. 아마 서서히 이어질 통합 과정 중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서비스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양사 모두 현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리는 없습니다. 가만히 두 회사의 서비스를 놓고 보면, 생각 보다 의외로 서로 결합할 만한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력인 검색과 실시간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에서 직접적으로 기반 기능을 합칠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휘발성 메시지인 카카오톡의 컨텐츠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검색과 묶기가 어렵습니다. 합친다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음 검색 유도, 컨텐츠 / 뉴스 유통 정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휘발성이 덜한 카카오 스토리(Kakao Story)라면 다음에게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사용자가 올린 사진과 글, 영상을 검색과 연결시킬 수 있고 또 검색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자신이 올린 내용을 볼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습니다. 카카오 스토리가 기본적으로 지인과의 내용 공유를 중점으로 하는 폐쇄형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모두 비공개로 설정한다면, 더 진행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지요.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안정이 되면,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둘의 장점과 특징을 서로 잇고 녹여내서 결합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지금까지 26일날 있었던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소식을 살펴 봤습니다. 이번 합병 소식은 네이버의 독점에 가까운 국내 인터넷 시장 상황에서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잘하겠다”고만 밝히고 말을 아껴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환영할 일이라는 것 하나 만큼은 여전히 확실해 보입니다.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번 합병.
많은 사람의 바람처럼 흥미로운 새 소식을 싣고, 네이버와 균형 있게 경쟁하며, 경쟁을 통한 더 나은 생태계를 끌어 내고, 소비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도록 잘 고민하고 걸어 나가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