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오피스 2010 베타테스트 - 한글 2010
한컴오피스 2010에서 제일 먼저 살펴본 프로그램은 슬라이드도 넥셀도 아닌 한글이었습니다. 한컴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데다가 예전부터 익숙하게 접해왔기 때문인지 망설임 없이 한글 2010을 제일 먼저 실행해 봤습니다.
한글 2010을 실행하고 리본 메뉴를 이리 저리 둘러보다 보니 음성 녹음 기능, 공인 인증서로 암호화하는 기능,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감추는 기능,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게 하는 기능등 이전 버전의 한글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여러 인상적인 기능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글 97이후 워디안, 2002, 2005, 2007등 여러 버전의 한글이 나왔지만 인터페이스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인지 겉으로봐선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차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버전이 높아지고 기능이 추가된건 분명한데 뭐가 변한건지 눈에 띄지도 않고 잘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점에서 이번 베타테스트를 통해 살펴본 한글 2010은 분명 지금까지 있어왔던 한글의 발전에 있어 가장 큰 변화중 하나임은 확실합니다. 솔직히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크게는 리본 인터페이스의 도입에서부터 작게는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를 클릭했을때 나타나는 스타일과 효과 기능이 오피스 2007과 유사한것에 이르기까지 MS Office 2007의 장점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독창성이 너무 많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 2010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대체로 만족" 입니다. 지금까지 한글이 너무나도 점진적으로 변해왔기 한글 2010에 새롭게 추가된 여러 기능과 큰 변화들이 호감으로 작용한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아래쪽에서부터 한글 2010에 들어와서 새롭게 추가된 눈에 띄는 기능들에 대해 적어내려가 보겠습니다.
실시간 미리보기 기능
한글 2010에서 제일 눈에 들어온 부분은 여러 부분에 걸쳐 적용된 실시간 미리보기 기능이었습니다. 우선 글꼴을 지정해줄때, 해당 글꼴이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기 위해 일일히 선택하고 찍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원하는 글꼴위에 마우스 포인터를 살짝 올려놓기만 하면 이 글꼴이 어떤 모습으로 적용될지 실시간으로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라는 이름 그대로 마우스를 밖으로 빼면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 가게 됩니다.
표 그리기에 미리보기 기능을 적용한건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인것 같습니다.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일일히 표를 만들었다 지웠다하며 반복할 필요없이 표 그리기를 클릭하고 마우스 포인터를 올리기만 하면 표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생성될지 미리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이 기능 덕분에 표 그리기가 한층 더 편해진것 같습니다.
글꼴 지정이나 표 그리기 외에도 스타일 서식 지정, 개요 적용, 글머리 적용, 머리말/꼬리말 적용시에도 실시간 미리보기 기능이 지원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진하게 하기, 기울이기, 밑줄긋기와 같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서식 기능에 실시간 미리보기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미리보기 기능이 있으면 딱일것 같은데 없으니 많이 허전한 느낌입니다.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 부분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기 마당
이전에도 그리기 마당이 있긴 했지만 한글 2010의 경우 그리기 마당이 한층 더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예전엔 없던 말풍선이나 화살표 같은 도형이 추가되서 좀 더 다양한 도형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클립아트도 종류가 다양하고 수가 상당히 많은데다가 품질도 다 괜찮아 보입니다. 굳이 외부 검색을 통해 따로 이미지를 구할 필요없이 그리기 마당에 포함된 내장 클립아트만으로도 충분히 보기좋게 문서를 꾸밀 수 있을듯 합니다.
설치 파일 용량이 1GB를 넘어갈 정도로 상당히 커서 용량이 왜 이렇게 큰지 의문스러웠었는데 클립아트나 그림 꾸러미가 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클립아트가 얼마나 많은 용량을 차지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혹시나 싶었는데 직접 살펴보고 좀 놀랐습니다. 용량이 크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했지만 무려 400MB 에 가까운 용량을 차지하고 있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400MB면 왠만한 오피스 프로그램 하나의 용량과 맞먹는 셈이군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미지가 기본적으로 함께 제공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그림이 제공되는게 당연히 좋긴 하지만 조금 차고 넘치는 느낌입니다.
워드 2007 (.docx) 문서와의 호환성
동일한 .docx 파일을 각각 한글과 오피스에서 열었을때의 모습입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왼쪽이 한글에서 연 문서의 모습이고 오른쪽편이 오피스에서 열었을때의 모습입니다. 글꼴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는걸 제외하곤 이미지의 위치, 문장과 문단의 구성, 서식등이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몇 개의 .docx 문서를 번갈아가며 열어본 결과 호환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듯 합니다.
워드 2007의 .docx 파일이 국제 표준인 OOXML을 통해 이루어져 있고, 한글 2010이 OOXML 표준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호환되는게 당연하긴 하지만 혹시나 해서 열어보니 역시나 잘 열립니다.
음성 녹음 기능
이 기능을 본 순간 오피스의 원노트에 있는 음성 메모 기능이 떠올랐습니다. 한글에 녹음한 소리를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다니 좀 의외기도 하고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강의나 컨퍼런스 같은곳에 참여할때 음성 녹음 기능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나머지 핵심적인 사항과 전체적인 내용을 간추려서 텍스트로 함께 곁들여둘때 이 기능을 사용하면 유용할것 같습니다.
혹은 누군가를 인터뷰할때도 내용을 정리하면서 음성 녹음 기능까지 같이 사용하게 된다면 이전보다 한글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듯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에 좀 못 미치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녹음된 소리가 다른 그 어떤 형태도 아닌 OLE 개체로서 문서에 삽입된다는 점입니다. 음성 녹음 기능이 있다는것 자체는 반갑지만 OLE 개체로 들어가기 때문에 재생해서 들어보거나 편집이 필요할 경우 일일히 단축 메뉴를 띄워야 한다는 점이 상당히 불편한 점으로 다가옵니다.
원노트의 경우처럼 녹음 그래픽을 클릭할 경우 관련 동작을 툴바의 형태로 띄워주거나 혹은 웹페이지에서 사운드나 영상을 플레이, 정지, 볼륨, 시간 조절 막대와 같은 재생 컨트롤들과 함께 표시해주는 것처럼 한글에서도 녹음된 소리를 단순히 OLE 개체로 넣기 보단 본문에 재생 컨트롤과 함께 포함시키거나 혹은 툴바로 따로 띄워서 접근성을 높이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녹음된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 일일히 사운드 그래픽을 클릭하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서 단축 메뉴를 띄운다음, 녹음기 문서 개체 메뉴로 들어가서 메뉴를 찍는 방식은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한글이 많이 사용되는 분야가 공문서나 서류 작성쪽이긴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녹음 기능이 정식 버전이나 혹은 이후 버전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막 추가된데다가 부가적인 기능에 가까워 보이는 녹음 기능이지만 접근성이 개선되고, 기능 추가와 함께 좀 더 다음어지기만 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워드프로세서 기능 이상으로 한글의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듯 합니다.
아직은 주목받는 기능이라고 볼 순 없지만 한글에 있어선 새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에 다른 기능들보다 훨씬 더 눈길을 끄는것 같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기능
이글루스나 티스토리, 설치형 블로그툴에 이어서 네이버 블로그까지 메타 웹로그나 기타 API를 지원하게 되었을 정도로 현재 원격 블로깅은 일반화 되어있습니다. 한글에서 원격 블로깅을 지원하기 시작한건 그런 경향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사용 방법도 현재 사용되는 다른 원격 블로깅툴들과 같습니다. API 부분에서 네이버나 이글루스 같은 블로그 서비스나 혹은 메타 웹로그 API 같은 연결 방식을 고른 다음 블로그 계정 ID와 암호를 입력하면 한글을 통해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 할 수 있습니다.
호환성 문제는 없는지 혹은 이미지를 올렸을때 업로드되지 않거나 혹은 표시되지 않는 문제는 없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뭘 잘못 입력했는지 계정 연결이 안되서 아쉽게도 직접 확인해 보진 못했습니다.
보안 기능 추가
한글 2010은 이전 버전의 한글과 비교했을때 보안에 좀 더 촛점을 맞춘 기능들이 몇 가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이전 버전에도 있었던 암호 설정 기능뿐만 아니라, (단순한 암호 설정외에 보안 수준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공인 인증서로 문서를 암호화 하거나 전자 서명 할 수 있는 기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 눈길을 끈건 개인 정보 감추기 기능과 CCL 라이센스 넣기 기능이었습니다.
주민 등록 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를 선택해 감출 수 있게 하는 기능은 한글을 통해 처음보게 되는 기능입니다.
주민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를 선택한 다음 바로 감추기 버튼을 클릭하고 암호를 설정해 두면 감춰진 해당 개인 정보는 암호를 입력해야만 볼 수 있게 됩니다.
일부분의 개인 정보를 감추기 위해 문서 전체를 암호화 해야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효율도 좋고 유용성도 높아 보입니다.
개인 정보 유출이 많은 현 시점에서 문서 보안을 위해 어떤 기능이 추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블로그나 웹 저작물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CCL 라이센스를 한글 문서에서도 바로 넣고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Copyright나 Copyleft는 정적이고 유연성이 없기 때문에 여러곳에서 이미 CCL이 사용되고 있고 저도 CCL을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점 때문인지 CCL 넣기 기능의 추가는 정말 반갑게 다가옵니다. (내용 수정: 2007부터 지원되는 기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