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XP(Windows XP), 소스 코드 유출? 몇 가지 흥미로운 점!
3일 전 무렵인 9월 25일, 윈도우 XP(Windows XP)의 소스 코드가 한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출됐습니다. 유출된 코드는 토렌트(Torrent)와 메가(Mega)라는 파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부 보안 분야 연구자들이 해당 코드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현재로서는 유출 코드가 실제 윈도우 XP의 코드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한 운영 체제인 만큼 이목이 집중되는 소식이죠. 소식을 접하고 나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에 눈에 띄어 정리해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듯 보이지만, 해외에서는 뉴스 매체의 댓글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곳곳에서 활발한 토론과 이야기가 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토렌트 등을 경유해 윈도우 XP의 유출 코드를 직접 다운로드 받아 확인해보려는 사람도 보이고요.
유출된 파일의 크기는 총 42.9GB 입니다. 내용을 보면 윈도우 XP 뿐만 아니라 도스 6.0(MS-DOS 6.0), 윈도우 NT(Windows NT), 윈도우 2000(Windows 2000), 윈도우 서버 2003(Windows Server 2003), 윈도우 CE(Windows CE), 윈도우 임베디드(Windows Embedded)의 소스 코드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 체제 역사를 한 곳에 압축해 놓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초기 엑스박스(Xbox)의 소스 코드도 있어 눈길을 끄네요. 전체 파일 내용은 한 보안 전문 업체의 리버스 엔지니어링 전문가가 공유한 아래의 스크린샷을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유출된 윈도우 XP의 소스 코드가 '윈도우 XP 전체'의 소스 코드인지 혹은 '일부'에 불과한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듯 합니다.
소스 코드 외에 '빌 게이츠 음모론' 관련 영상과 파일이 있는 점은 특이합니다. 미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맹렬하던 올해 봄에 한 동안 유행하던 '빌 게이츠가 세계 인구를 통제하고 백신을 팔 목적으로 일부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고 퍼뜨렸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음모론 파일의 내용인데요. 현지에서는 다시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명확히 검증된 사실인데 왜 이런 파일을 끼워 넣었는지 의도가 궁금합니다.
물론, 토렌트를 통해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유출 파일에 음모론 파일을 덧붙여 공유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토렌트의 특성상 바이러스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까지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네요.
윈도우 XP의 소스 코드가 인터넷에 유출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해당 코드가 실제 윈도우 XP의 코드가 맞는 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채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짤막하게만 밝혔습니다. 아직까지 다른 공식 입장이나 반응은 없는 상황입니다.
윈도우 XP와 더불어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이미지라 일컬어지는 상징적인 '초원 언덕' 배경이 벌써 19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 사이 윈도우 XP는 2014년에 모든 지원이 종료됐죠. 중요 보안 업데이트도 더는 없고 최신 하드웨어, 기기도 더 이상은 XP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1% 정도의 컴퓨터가 여전히 19년 전 운영 체제를 사용합니다.
이미 모든 지원이 끝난 상황인 만큼 이번 유출로 윈도우 XP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사용자 수가 적어 '돈이 되는 목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커가 새로운 침임 방법을 개발하려고 시간을 투자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다만, 유출 코드가 진짜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윈도우 XP에 언제든지 새로운 보안 취약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일부 정부 기관이나 단체가 지금도 윈도우 XP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인 보안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윈도우 XP(Windows XP)에서 윈도우 10(Windows 10)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에 출시한 모든 윈도우가 밑바탕이라 할 수 있는 커널이 상당한 수준으로 동일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죠.
또한, 윈도우 XP의 기술이나 코드 일부가 10년 전에 나온 프로그램도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윈도우 10에 남아 있는 만큼 해커가 새로운 유형의 공격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빠르게 움직여 사전에 문제를 차단, 예방하기를 바랍니다. 아마 다음 달에 평소 보다 많은 수의 보안 업데이트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소스 코드가 '전체 원본'이라면 이론상으로 '윈도우 XP를 재탄생'시키는 일도 가능합니다. 개발 지식이 있다면 윈도우 XP를 수정하여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자신 만의 윈도우'를 만들 수도 있겠죠. 윈도우 XP가 최신 사양의 컴퓨터에서도 완전히 작동하도록 변경하기도 하고요. 원한다면 '윈도우 XP를 영원히 사용'할 수도 있겠네요.
직접 수정한 윈도우 XP를 '윈도우 XP 2020(Windows XP 2020)'과 같은 이름을 붙여 배포하려는 시도도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수정 자체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런 행위가 불법인 만큼 실제로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아직 알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더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유출 파일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커뮤니티를 보니 컴파일러도 있어서 2001년 당시와 같은 개발 환경을 꾸미지 않고도 쉽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언급이 보이네요. 어딘가에서 '윈도우 XP 수정 시도'가 있을 확률이 높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각 분야의 연구자들도 큰 관심을 보일 듯 하고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맥 OS X(Mac OS X)처럼 보이게 만들 윈도우 XP 테마를 비밀리에 만들었군요. 이번 소스 코드 유출로 인해 2000년 XP 개발 초기에 만들어진 미공개 테마가 일부 드러났습니다.
테마 중 하나는 "캔디(Candy)"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요. 애플이 2000년 맥 월드 엑스포(MacWorld Expo 2000)에서 처음 선보인 '아쿠아(Aqua)' 디자인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발견된 테마는 불완전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시작 버튼을 비롯한 화면의 다양한 구성 요소와 버튼이 애플의 아쿠아 디자인과 분명 닮은 모습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XP용 아쿠아 테마를 일반에 공개한 적은 없고, XP의 초기 개발 단계에서만 사용한 듯 합니다. 윈도우 개발팀이 이 '캔디' 테마를 뼈대로 삼아 윈도우 XP의 초록 파랑 테마를 만들고 테마 엔진을 개발한 것으로 보여 특히 눈길을 끕니다. 테마 파일에는 '외부 유출 금지'라는 설명도 덧붙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항상 애플을 의식하고 긴장하고 있었던 걸까요?
이번 일로 전 세계의 수 백, 수 천 만 명이 사용하는 운영 체제의 역사를 들여다 볼 기회가 생겨 즐겁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를 함축한 듯한 운영 체제 이름의 목록을 보는 것 만으로도 예전 윈도우 95, 98(Windows 95, 98)이나 2000, 윈도우 XP(Windows XP)를 사용하던 때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네요. 특히, 윈도우 XP의 알록달록한 모습을 처음 본 순간 받은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덧붙여서 여러 장소에 올라 온 스크린샷을 보니 소스 코드에 달아 놓은 주석, 설명에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 듯 한데요. 지금도 윈도우 10을 개발하면서 소스 코드에 웃음이 나올 만한 재미있는 주석을 남겨 놓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