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 이후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지난 8월 23일경,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상징적 인물이자 CEO인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씨가 최고 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1년 내에 사임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현지 시간으로) 지난 달인 9월 26일경, 미국 시애틀의 대형 스포츠 경기장 ‘키 아레나’에서 열린 마지막 연례 사원 회의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은퇴 전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스티브 발머 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CEO를 사임한다고 발표한 것은, 기술 산업의 역사에서도 10년에 한 번 정도 있을까 말까한 일입니다. 발머 회장의 퇴임은 빌 게이츠 전 회장이 토대를 마련하고, 이후 게이츠 회장과 발머가, 뒤이어서 발머 회장이 단독으로 확대한 제국의 한 장이 끝났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발머 회장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에는 대조적인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합니다. 언론에서 자주 다룬 더 널리 알려진 견해는 부정적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발머 회장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구글 앱스(Google Apps)와 아마존 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와 같은 클라우드화의 물결에 대응이 늦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애플(Apple)과 구글(Google)사가 시작한 모바일 열풍의 대응에도 실패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적 지위를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준(Zune), 윈도우 비스타(Windows Vista)와 같은 기타 제품도 크게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견해는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발머 회장 체제에서 매출을 220억 달러에서 780억 달러로 3배 이상 늘리고 있습니다.
오피스 365(Office 365)나 애저(Azure)와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고 성공시킨 것도 발머의 시대였습니다. 또한 스카이프(Skype)와 야머(Yammer)와 같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에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야후(Yahoo)와 페이스북(Facebook)의 검색 엔진이 되는 등 성공적인 전략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검색 점유율을 제로나 다름 없는 수준에서 30%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페이스북(Facebook) 초창기, 거액을 투자하여 유력 주주가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오픈 소스 및 타사 플랫폼을 채택하게 된 것도 발머 회장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바이너리(Binary), 이진수처럼 0 아니면 1로 결정해 밀고 나가야 하는 기술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러한 수많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패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 일까요? 답은 시장의 방식이 극적으로 변화했음을 인정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전략에 있습니다. 지금 현재 미 법무부 반독점 부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대해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다. 한 때 지배적 위치에서 거의 모든 IT 분야에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상당히 자주 ‘반독점법 위반’ 뉴스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던 것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애플(Apple)사는 더 나은 기기를 만들고 있으며, 구글(Google)은 보다 나은 검색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MS사는 세계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해 지고 있고, 또 사용자의 선호도와 이에 따른 선택이 훨씬 더 중요 해지고 있음을 인식 함과 동시에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채택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발머 회장이 실시한 개혁은 ‘조직의 재구성’이라는 ‘사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외부 현실에 대한 대응은 더욱 중요합니다.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도 하드웨어 산업도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을 감안하여 발머의 후계자, 그리고 MS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윈도우, 오피스 사용자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윈도우(Windows) 전용 전략 벗어나기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윈도우 운영체제(OS)의 압도적 성공에 힘입어 응용 프로그램 산업을 지배했습니다. 로터스(Lotus), 워드 퍼펙트(Word Perfect), 넷스케이프(Netscape), 리얼 네트웍스(Real Networks) 등등, 경쟁자들은 운영체제와 빈틈 없이 결합된 MS사의 응용 프로그램 때문에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운영체제 자체 보다,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앱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사용자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MS사의 운영체제를 떠납니다.
현재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의 운영체제는 압도적으로 비 윈도우 입니다. 따라서 MS사는 자사의 응용 프로그램을 ‘윈도우’라는 모함에서 떼어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MS 오피스(Microsoft Office) 등 주요 응용 프로그램은 애플(Apple) 및 안드로이드(Android) 기기에서 사용할 수 없거나 기능이 한정되어 있거나 한 상태입니다. 몇 년 후에는 태블릿의 출하 대수가 PC를 상회할 것이 확실한 시대입니다. MS사는 응용 프로그램을 자립시켜 스스로 경쟁에 견딜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개방하기
클라우드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른 회사의 프로그램에서도 원활하게 공동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전처럼 하나의 회사에서 모든 응용 프로그램을 사지 않더라도 쉽게 통합 환경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API를 사용한 연계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Netsuite나 Workday사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은 젠데스크(Zendesk) 고객 지원 시스템과 연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젠데스크(Zendesk)는 자이브(Jive)의 소셜 스트림과 연계 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을 서로 연계해 동작시키는 클라우드 집합은 소프트웨어의 개방화를 강력히 추진하여 사용자의 혜택을 증대시킵니다. 하지만 현재 MS사는 이러한 클라우드 집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웹 버전 오피스(Office)를 타사 응용 프로그램, 서비스(Box.com와 같은 서비스)와 연계 시키려고 해도, 의회에서 법률을 바꾸어 주지 않는다면 API를 손대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러한 폐쇄적 인 프로그램, 서비스는 운영체제 독점이 성립했던 시대라면, 사용자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합리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IT 자원이 과잉이라고 할만큼 넘쳐나는 현재에는 그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MS사의 새 경영진은 과거 '적'으로 간주했던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개방적으로 공동 작업해 나가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품! 제품! 제품! (+개발자!)
전체적으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소프트웨어 제품은 과거의 영광 위에 양반 다리, 책상 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사가 최근 몇 년간 개발해온 아이폰(iPhone), 안드로이드(Android), 크롬(Chrome), 아이패드(iPad), 자동 주행 자동차,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같은 제품에 비하면, MS사의 성공적인 제품은 모두 컴퓨터 전성 시대에 그 뿌리가 있는 것 뿐입니다.
MS사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다시)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글(Google)사는 검색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방문자수, 크롬(Chrome)이라는 브라우저의 새로운 표준, 안드로이드(Android)를 통한 앱 시장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른바 “선의의 독점자”가 되고 있습니다. 애플(Apple)사는 iOS로 거대한 앱 시장을 형성하고 이미 다수의 10억 달러급 신생 기업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Uber, Instagram, Angry Birds, Super Cell, Spotify 등). MS사는 어떻게든 제삼사, 서드 파티(3rd party)가 차세대 슈퍼 앱, 슈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환경, 플랫폼을 확립해 낼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할 것입니다. 이번만큼은 성공적인 신생 기업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여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질식해 죽도록 만들지 말고, 생태계의 육성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비전과 이상
최근 MS사가 공개한 자사의 정의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는 기기 및 서비스 기업이다” 입니다. 이것은 마치 디즈니가 "우리는 테마 파크와 영화의 기업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가정, 모든 책상 위에 컴퓨터를”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초창기의 비전은 당시로서는"달에 인간을 보낸다"는 이상과 맞먹을 정도로 장대한 규모의 사명이었습니다. 주주와 애널리스트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 할 수 있는, 독특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몇 가지 희망을 갖게 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 치 루(Qi Lu), 토니 베이츠(Tony Bates)와 같은 새로운 경영진은 기존과는 확실히 다른 개방적인 스타일을 MS사에 가져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Build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시연 기기로 맥(Mac)이 사용되었습니다. 10년 전이었다면 신성 모독 행위로 생각되었겠지만, 지금은 MS사도 새로운 현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웹이나 플랫폼 제품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업데이트 속도가 빨라지고 분기에 수 차례 업데이트 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몇 년 전까지의 "업데이트는 3년에 한 번”이라고 하던 체제와 비교해 보면 큰 발전입니다.
누가 레드몬드의 거대한 유조선을 지휘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윈도우와 오피스(+도스)로 수 많은 사람의 기억에 자리잡아 어떤 IT 기업 보다도 친숙한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안전한 방향으로 배를 몰아 항해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 보너스 영상:
그냥 이대로 글을 마치기가 왜인지 모르게 조금 아쉽게 느껴져서, 빌게이츠 전 회장과 스티브 발머가 록스베리 나이트의 'What is love' 음악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넣어 봅니다. 반독점법 조사 현장을 익살스럽게 바꿔 서로 '내가 안그랬어요', '누구요? 저요? 이 사람이 했어요'라고 재치있게 그려낸 모습이 눈에 띕니다. MS사의 컨퍼런스 장에서 상영된 영상인 걸로 보입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