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와의 대화]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을 접하고...
이번 글에서는 조금 색다르면서도 재미있는 시리즈를 한 번 시작해 볼까 합니다. 시리즈의 이름은 바로 "방문자와의 대화" 입니다. 이 연속물을 통해 글로 옮겨 보고자 하는 것은 '댓글' 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댓글을 통해 방문해 주신 분과 나눈 "대화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살펴보려 합니다.
이렇게 하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껏 제 블로그는 (블로그형 IT 매거진은) 누구나가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익명 댓글을 허용하고 모든 사람에게 댓글란을 개방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정말로 다양한 분들이 의견을 남겨 주셨습니다. 비록 한 번에 남겨지는 의견의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모인 의견은 무시 못할 수치에 이르기에 충분했습니다.
익명 댓글이기에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댓글도 몇 있었고, 또 의미가 불분명한 댓글도 일부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상당히 긴 장문의 형태로 소중한 의견과 생각을 글로 옮겨 적어 남겨 주셨고, 그 중 일부는 중요한 시사점을 지니고 있어 그냥 댓글로 남겨 두기에는 아까운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남겨 주신 생각을 다시 불러와 재조명하고 싶습니다. 댓글에 담겨 있는 내용을 통해 '또 다른 우리'의 경험과 소견을 되살려 보고 싶습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부족함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인터넷과 모니터 화면 너머에 있는 그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연속물을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방문해 주신 이름 모를 한 분 한 분의 생각이 정말로 소중하다고 생각하기에, 답글을 남길때면 무의미하게 의견을 흘려 버리지 않도록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이러한 노력과 그간 이뤄져 왔던 대화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좋은 계기가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이든지 첫 시작이 상당히 중요할텐데, 이러한 점은 글도 마찬가지 겠지요. 이 시리즈물의 첫번째 글은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제가 작성한 글에서 댓글을 통해 방문자와 나눴던 대화를 다시 한 번 묶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 글
우선, 이 댓글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 - 글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봐야 겠지요. 이 댓글 대화가 달린 글은 "스티브 잡스, 그 분을 기억하며..."라는 글이며, 이 글은 2011년 10월 8일 10시 29분에 작성되었습니다. 현재 IT 이야기/뉴스, 소식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댓글 대화 살펴보기
이제 이 댓글이 어떤글에 달린 것이었는지 알았으니, 실제 대화 내용을 살펴봐야 겠지요. 대화 내용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 혹시 원문 내용을 읽지 않고 바로 넘어오신 분이 계시다면 "스티브 잡스, 그 분을 기억하며..."라는 글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럼 이제 대화 내용을 살펴 볼까요.
먼저 2011년 10월 9일 11시 32분, badride라는 필명을 사용하신 분이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해를 돕고 원의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가감없이 원본 댓글을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 10월 9일 11시 32분, badride님:
8비트 애플II 때는 참 좋은 분이셨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나마 좋게 얘기해서 실망...
제록스에서 GUI 배워와서 마치 애플이 창시자인척 하기, 아이팟부터 아이패드까지 비싸기만 하고 A/S는 개판,
매킨토시부터 사용자의 커스텀을 거부하는 OS와 하드웨어, 애플 제품 안쓰면 시대에 뒤떨어진것 마냥
다른사람들 무시하는 허파에 바람들은 애플빠들, 기부도 생전 안하고 남겨진 유산이 8조원, 미정부보다도 많은 달러를 가지고 있는 애플본사... 이래서 난 애플도 싫고 잡스도 싫음...
(이렇게 써 놓으면 삼성빠인줄 아는게 나는 삼성도 싫음, 애플만큼 삼성도 문제 많은 회사임... )
저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2011년 10월 10일 2시 43분, 운영자 Sirjhswin
애플II를 말씀하셨는데.. 애플에 대해선 잘 모를뿐더러, 애플II를 직접 사용한 경험이 없기에 어떤점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우, 애플에 대해 이렇다할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굳이 좋고 싫고의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Mac OS X와 Mac, 아이팟, 아이패드란 제품이 훌륭한 제품이란 점입니다. 물론, 고가라는 점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대해 높은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고 싶진 않습니다. 기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실망이긴 하지만, 이 마저도 저로선 기사를 아직 확인해 보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Mac OS X를 직접 사용해본 경험으로 비춰봐선, 맥 사용자는 커스터마이징을 기대하고 제품을 구입 하는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게 이미 갖춰져 있기에, '기술적인 부분을 신경쓸 필요없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작업을 바로 하고 싶은 사용자들이 애플 제품을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제가 아직 소위 '애플빠'라고 불리는 분들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기에 정말로 그러한 분들이 계시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본 애플 사용자의 대부분은
기존 윈도 기반 환경에서 넘어왔거나, 혹은 둘을 병용해서 사용하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리고 애플 제품을 특별히 여긴다기 보단, 단지 제품이 마음에 들거나 혹은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기에 거기에 매료되서 사용하는 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를테면, 근사한 우주를 배경으로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모든 파일을 한 번에 복원해 내는 'Time Machine' 같은 기능이 여기에 속하겠지요.
말씀 하신걸 잠시 보면서..
편가르기에 질리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전 삼성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반도체, 하드웨어, 제품 제조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죠.
전 어느 회사든 상관 없습니다.
적정 가격에, 제가 원하는 훌륭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기만 하다면 말입니다.싫어하든 좋아하든, 그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할테니 말이죠. 특히 싫어하는 경우는 더욱 말입니다. 싫어하는 감정이 다른 방향으로 번지면 애증의 감정이 되는게 아닐까요. 전 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애플'사에 대해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과는 별개로, 전 고인에 대한 추모와 존중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도 인간이었고, 또한 충분히 존경 받을만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라고 굳이 들춰낼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 자신에게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이야기가 길었는데..
요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우리 이후의 세대도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존중하고, 존경하고, 비난하고, 칭찬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 다음날, 그분께서는 이런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니, 하루를 주기로 대화를 나눴었군요.
2011년 10월 11일 오전 12시 28분, badride님
정중히 글을 쓰시는게 조금 당혹스럽군요. 보통 이런류의 반 애플적인 댓글은 악플이 달리게 되어 있는데... (아, 그렇다고 그걸 기대한건 아닙니다. )
쓰신 글의 분량 만큼 저도 글을 쓰고 있던중 갑자기 PC 오버클럭의 부작용으로 다 날아가버려 조금 허탈하네요. (이전 내용은 잊고 새로 씁니다. )
사실 편 가르기에 질린건 맞습니다. 애플제품을 아끼고 애용하는 사용자라면 모르겠는데 오직 애플만을 옹호하는 다른 제품은 쓰레기, 짝퉁 취급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애플 제품을 써야 앞서가는 트렌드 리더 인줄 아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야말로 허파에 바람들은 것들이라는 생각밖에는 안듭니다.
적정 가격에 좋은 제품을 쓸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예전에 이마트 피자가 나올때쯤 이념적 소비라는 말이 나온적 있었죠.저는 당연히 이념적 소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제품의 고가격에 불만투성이 A/S는 이미 유명한 얘기죠. 하지만 애플은 성능과 디자인이 우월하다는 이유로 눈하나 깜짝 안하고 있습니다. 가격이야 제품개발하고 디자인하느라 투자 많이 해서 그렇다고 칩시다. (사실은 물건을 팔면 팔수록 단가를 내릴수 있지만 ) 하지만 A/S는 충분히 개선할수도 있는걸 본사지침이라는 이유로 안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바보로 아는 이런 오만한 운영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것이지요.
역시나 하루가 지난 그 다음날, 전 이런 답문을 달았습니다.
2011년 10월 12일 오전 8시 3분, 운영자 Sirjhswin
인터넷에, 특히 애플 관련 글에 악플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도 직접 본적이 많아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 심심해서 일부러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
공감합니다.
적정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사용한다는게 생각처럼 쉬운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특히, 애플의 고가격/ 불편한 AS는 이미 많은분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론 애플이 이런 부분을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데.. 이젠 크게 기대안합니다. ^^;
말씀하신것처럼 이런 부분은 상당히 오만한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사 지침이라고는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고객의 만족을 위해 운영을 개선하는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개선해야될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운영해도 제품 자체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으니, 사업에는 큰 문제가 없는 모양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이런 움직임을 개선하거나 고치려는 움직임은 없을듯 합니다. 사업에 영향(?)을 줄 정도로 압력을 넣기전까진(?!) 아마도.. ^^;;
짧막하지만 의미 있었던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하게 됩니다.
시사점
가장 큰 시사점은 의미있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속마음과는 달리 소모적 편가르기와 무의미한 논쟁적 비난 때문에 악플이 달릴것을 우려해야 했고 또한 이러한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영향을 받아 한 때 호감을 가지기도 했던 대상에 싫은 감정을 느끼게 된 분이 계셨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속에서 이뤄지는 우리의 '대화'가 얼마나 많이 왜곡되고 또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의미있게 사용하면 할수록 이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다양한 가능성들을 활짝 열어 주지만, 조금이라도 잘못 활용되면 너무나 손쉽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버리고 마는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가끔씩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며 가상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누군가를 단순한 '대상'이나 '누리꾼, 사용자'로 보기 보다는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 누군가'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헛되이 되지 않고 따스한 한마디 말로 제게 돌아오게 됩니다. 물론, 항상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또 다른 시사점은 우연을 계기로도 만날 수 있을만큼 '이념적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생각하며, 잘못된 현실을 무비판적으로는 수용하지 않는 그런 "깨어 있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논리 비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가능성이 작게나마 가시화 되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이 어떠한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모든것은 더욱 어두워 보이고, 염증이 커질수록 누군가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갑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만 더. 그리고 잠시만이라도 시간을 들여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선의를 가지고 있고, 깨어 있으며, 잘못된 것이 바로 잡히기를 바라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럴 계기가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누군가와 누군가의 만남과 소통이 늘어갈수록 우리 주위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보이게 됩니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제 목소리를 마음껏 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악의적 의도성을 지닌 집단과 단체의 인위적 개입과 활동, 특정 회사의 제품을 맹목적으로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사람들, 자신이 가진 믿음과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이 의견 표현과 생각 전달에 큰 부담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담은 한 개인의 피로감과 괴로움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손실'로 돌아오려 하고 있습니다.
저도 포함이겠지만, '우리 모두'가 다 함께 같이 되돌아 보고, 노력하고, 고치고,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우리'가 되는것처럼. 작은 마음과 노력, 그리고 지향이 모인다면 바꿀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왜곡된 현실도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분명 우리 모두가 가슴 한켠에는 의미 있는 의사 소통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의 의사 소통과 관계를 성찰해 보고, 바른말, 바른글, 존중을 기반으로한 비판, 배려, 맞춤법 준수를 매일의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지금 당장이라도 한 번 도전해 보는게 어떨까요. 저 또한 계속해서 실천하고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 기회가 되는대로 바로 실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보셨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애플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타인을 깎아 내리지는 말아야 할것이고
또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봐서는 안되겠지요.
이 지겨운 패턴, 유형이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는듯 해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문장으로 옮겨 적어 남겨 봅니다.
글을 마치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댓글 대화'와 '시사점' 부분에 거의 대부분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마무리 부분에서는 끝인사를 할까 합니다. 짧막한 댓글 대화를 정리한 이번글, 잘 보셨는지요. 글을 읽고 계신 분께도 무언가 시사점과 화두가 잘 전달 되었으면 합니다.
이 시리즈는 이번 글에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이어집니다. 다음 글에서도 다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하고, 이후 이어질 글도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살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