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그리고 오피스 - 혹시 이런 역사를 알고 계셨나요?
지난 8월, 오피스는 25주년 기념일을 맞았습니다. 이날 오피스는 크게 기념식을 여는 대신 도처에 있는 수 백만이 넘는 사무실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했죠. 디지털 프레젠테이션 발표, 워드 문서 작성, 엑셀 자료 관리가 핵심 기반이 된 이후 세계는 변화했습니다.
오늘날 이런 프로그램이나 기술이 없는 세계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어떻게 시작했는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끊임 없는 변화로 가득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Microsoft Office)의 역사 속에서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마이크로소프트(MS)의 첫 오피스 프로그램은 엑셀(Excel)이었다
1982년 처음으로 멀티플랜(Multiplan)이라는 이름을 단 프로그램이 출시됩니다. MS는 1985년에 이 프로그램을 매킨토시(Macintosh)용으로 출시할 때 이름을 엑셀(Excel)로 바꿉니다.
2. 도스(DOS)나 윈도우(Windows)를 위한 엑셀 1.0(Excel 1.0)은 없었다
처음 엑셀이 매킨토시에서 출시된 탓에 1987년 윈도우를 위해 나온 첫 프로그램은 버전이 이미 2.0이었습니다.
3. 로터스 1-2-3(Lotus 1-2-3)과의 호환성 때문에 MS는 1900, 2100, 2200년을 윤년으로 잘못 설정했다
이 결정에 따른 피해는 2000년대에 들어서자 잇따라 나타납니다. 뒤의 두 해는 문제를 해결했지만, 하위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1900년으로 설정된 문제는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 엑셀은 MS가 가장 앞서나가는 컴퓨터(PC)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되도록 도왔다
1983년에 나온 로터스(Lotus) 사의 프로그램 "1-2-3"은 스프레드시트 계산, 데이터베이스 기능, 그래픽 차트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한 묶음에 세 가지가 모두 들어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곧 최초의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비지칼크(VisiCalc)를 밀어내고 1980년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표준이 됩니다. 참고로 80년대 초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취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가 진정한 사업용 도구로 주목 받기 시작합니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MS가 윈도우를 내놓지만, 로터스와 다른 오피스 회사는 그래픽 사용자 방식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결국 로터스는 조금 늦은 시기에 자사의 1-2-3을 윈도우로 옮겨오려 애썼고, MS는 엑셀을 중심으로 마케팅 자원, 윈도우 등 사용 가능한 자원을 집중합니다. 그리고 엑셀의 인기가 오르자 다른 오피스 제품도 상승하기 시작하죠. 이렇게 해서 로터스는 시기를 놓쳤고, 1990년대 초를 지나면서 MS의 오피스 제품 보다 판매 실적도 뒤쳐지게 됩니다.
4. 파워포인트의 원래 이름은 프레젠터(Presenter)였다
처음 포어소트(Forethought)사가 개발한 매킨토시용 프로그램인 프레젠터(Presenter)는 상표권 문제로 이름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1987년, 결국 이름이 파워포인트(PowerPoint)로 바뀌었고 그 직후 MS사가 이 제품을 1,400만 달러에 사들입니다.
5. MS의 첫 메일 제품은 1988년 애플토크(AppleTalk) 네트워크에서 사용됐다
최초 개발 시 인터메일(InterMail)이라는 프로그램에 기반해 만들어졌고, 애플토크 네트워크에서 사용됐습니다. MS가 이 프로그램을 다른 회사에 처분한 뒤에는 쿼터덱 메일(Quarterdeck Mail)과 스타 나인 메일(Star Nine Mail)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재등장하기도 합니다.
6. 최초의 오피스 프로그램 묶음은 1989년 8월 1일 맥 OS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오피스 제품군으로 묶여서 제공되기 이전에는 각 프로그램이 따로 있었습니다. 첫 오피스 제품 묶음에는 워드 4.0(Word 4.0), 엑셀 2.2(Excel 2.2), 파워포인트 2.01(PowerPoint 2.01), 메일 1.37(Mail 1.37)이 포함됐습니다.
7. 윈도우용 오피스 제품 묶음은 1990년 10월에 뒤이어 출시됐다
여기에는 윈도우를 위해 개발된 워드 1.1(Word 1.1), 엑셀 2.0(Excel 2.0), 파워포인트 2.0(PowerPoint 2.0)이 한데 묶여 있었습니다.
8. 자사의 이메일 프로그램은 MS 오피스 3.0에서 처음으로 포함됐다
MS는 맥용으로 만든 첫 이메일 프로그램을 버린 후, 두 번째 시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메일 포 윈도우(Microsoft Mail for Windows)를 개발합니다. 1991년 처음으로 출시됐고, 이후 아웃룩(Outlook)으로 대체됩니다.
9. 액세스(Access)가 최초로 포함된 오피스는 이후 오피스 92라 불린 오피스 3.0 프로페셔널 에디션이다
인기 있는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인 액세스(Access)는 내부에 있는 두 가지 프로젝트가 합쳐진 결과 탄생했습니다. 1980년대에 다른 회사의 R:Base라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의 판권을 획득한 뒤, MS는 자사 프로그램의 개발에 착수합니다. 처음에는 코드명 오메가(Omega)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해체하고, 이후 시어러스(Cirrus) 프로젝트가 뒤를 잇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5년 간의 시간 끝에 마침내 1992년 액세스(Access)를 출시합니다.
10. 액세스(Access)는 맥용으로 출시된 적이 없다
11. 1993년 출시된 워드 6.0(Word 6.0) 버전에서 자동 교정 기능과 자동 서식 기능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12. 워드 6.0(Word 6.0)이 도스(MS-DOS)용으로 출시된 마지막 버전이었다
13. MS 오피스 95(Office 95)의 출시와 함께 주요 프로그램이 모두 7.0 버전으로 올라갔다
묶음에서 워드(Word)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이 버전 번호를 건너 띄었습니다. 이 버전은 32비트로 전환한 첫 오피스 버전이기도 합니다.
14. 1994년에 MS 오피스 팀은 타이맥스와 함께 첫 스마트 워치를 출시했다
타이맥스(Timex)사의 데이터링크(Datalink) 손목 시계는 당시의 주류였던 PDA에 대한 대안 (웨어러블) 기기로 개발됐습니다. 이 손목 시계를 사용하면 컴퓨터에서 전화 번호를 다운로드 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는 컴퓨터의 CRT 모니터가 내뿜는 빛을 사용해 전송됐습니다. 윈도우 95/98 (Windows 95/98) 용으로 출시된 MS 오피스에 포함돼 있던 시간 관리 프로그램인 스케줄 플러스(Schedule Plus)와 함께 사용할 수도 있었죠. 컴퓨터에서 특정 시간대에 할 일을 프로그램에 작성합니다. 그리고, 특정 규칙으로 깜빡이는 별도의 모니터 화면을 통해 시계에 전송하지요. 이렇게 시계를 차고 다니다가 일정이 등록된 시간이 되면, 흑백 액정에 작성한 할 일이 표시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15. 불필요하게 느껴진 오피스 길잡이는 1996년 출시된 오피스 97(Office 97)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용자는 다양한 오피스 길잡이 캐릭터 중 원하는 걸 고를 수 있었습니다. 오피스 2000(Office 2000)을 전후해서 사용하셨다면, 화면 오른쪽 아래쯤에서 목줄을 끊고 펄쩍 뛰어 나와서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던 누렁이 강아지(재롱이)를 기억하실 겁니다. 캐릭터를 클릭한 뒤 바꾸기 버튼을 누르면 멀린 같은 마법사나 아인슈타인(박사님)을 고를 수도 있었죠. 그런데, 아인슈타인 캐릭터는 오피스 XP(Office XP)에서 사라졌지요. 그리고 오피스 길잡이는 오피스 2003(Office 2003)과 오피스 포 맥 2004(Office for Mac 2004)가 나오면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7년 간의 시간을 뒤로한 채 은퇴한 것이죠.
해외 매체를 보면 이런 오피스 길잡이와 유사한 기능(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사용을 돕는 기능)이 2015년에 나올 차세대 MS 오피스에서 귀환할지도 모른다(영문)는 언급이 보입니다. 아직 소문이지만 말이죠.
16. 1999년, 최초로 대량 메일 발송을 통해 퍼져나간 멀리사(Melissa) 매크로 바이러스가 등장하다
감염된 컴퓨터의 연락처로 대량의 메일을 발송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가 없는 이 매크로 바이러스가 80만 달러가 넘는 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바이러스는 이메일의 첨부 파일을 통해 퍼졌습니다. 사용자가 워드 97(Word 97)이나 워드 2000(Word 2000)으로 감염된 문서를 열면 MS 아웃룩(Outlook)에 등록된 처음 50개의 연락처로 자신을 재전송 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어떤 것도 파괴하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메일 계정이 감염되다 보니 나중에는 기관/단체를 포함한 곳곳의 메일 서버가 다운됩니다. 바이러스 제작자인 데이비드 L. 스미스(David L. Smith)는 징역 10년 형을 선고 받고 20개월을 복역했습니다. 5천 달러의 벌금까지 물었군요.
아래는 감염된 문서를 통해 발송되는 메일 내용의 일부입니다.
Here is that document you asked for…don’t show anyone else ;-)
부탁하신 문서입니다..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마세요 (윙크)
- 위키 백과, 멀리사 웜 페이지
17. MS는 Y2K 문제를 알게 된 뒤 MS 워드 5.5(Word 5.5)를 무료로 공개했다(도스 버전)
18. 2001년 MS는 쉐어포인트 포탈 서버 2001(SharePoint Portal Server 2001)을 출시하며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을 선보였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이런 협업 기능은 오피스 2003(Office 2003)에 통합됐습니다.
19. 원노트(OneNote)는 오피스 2003(Office 2003) 제품군때 합류했다
오피스 2003 때 인포패스(InfoPath)와 MS 픽처 매니저(Microsoft Office Picture Manager)와 함께 나왔습니다. 이 중 인포패스는 작년인 2013년 개발이 중지됐고, 픽처 매니저는 2011년을 끝으로 개발이 종료됐죠. 한편, 원노트는 가장 인기 있는 메모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습니다. 올해인 2014년부터는 모든 운영 체제 환경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피스 제품군의 현재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오피스는 경쟁자가 많이 있지만 지금도 데스크톱 컴퓨터용 오피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원드라이브(OneDrive)의 온라인 오피스처럼 클라우드 기반 제품도 갖추고 있어 미래에 대비하기에도 적합하죠.
MS 오피스와 함께 했던 좋은 기억에는 무엇이 있나요? 새 기능 중 어떤 게 마음에 들고, 어떤 기능이 그리우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