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전부터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애플사의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아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놀랄만큼 선명한 화면을 보여줄 겁니다. 화소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화면? 도대체 누가 이런 개념을 생각이나 했을까요?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적 진보일지도 모를 레티나 디스플레이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습니다. 정말로 화소가 없는 것일까요? 정확히 어떻게 동작하는 것일까요?

 

맥북 프로 광고나 애플 제품에 자주 등장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 이번 글에서는 LCD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가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지 하나 하나 정리해 보려 합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애플사가 만든 상당히 훌륭한 하드웨어이며 LCD 화면이 넘쳐나는 오늘날 인상적인 시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PPI에서 PPD에 이르기까지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어떤 방식으로 화면을 표시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과 화소에 대한 간략한 설명

 

이번 글이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해 다루는 글임을 알고 있지만, 잠시 배경 지식으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080P/I 화면을 가진 텔레비전에 대해 말이지요. 우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080P/I 에서 1080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1080은 간단하게 화면의 위에서부터 아래로 수직으로 쭉 늘어선 가로 선의 개수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수평으로 나열된 세로 선의 개수는 몇 개 일까요? 세로선의 개수는 총 1,920개입니다. 따라서 가로 세로 선의 개수 1,080과 1,920을 곱하면 2,073,600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수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화면상에 존재하고 있는 화소(표시를 위한 최소 단위, 입자)의 개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사실은 화면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이 화소의 개수는 항상 같다는 점입니다. 화면이 커지면 화소의 개수가 늘어 나는 것이 아니라, 각 화소의 크기가 함께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화소의 크기가 커지면 인치당 화소수(PPI, Pixels Per Inch)가 줄어들게 되겠지요. 따라서 인치당 화소수(PPI)가 늘어나고, 1080 TV의 화면 크기가 더 작아질수록 각 화소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어떤 고해상도(HD) 텔레비전이든지 넓은 화면에 약 2백만 개의 화소를 가지게 됩니다. (물론, 각각의 화소는 적녹청(RGB) 하위 입자 3개가 모여서 이루어 집니다. 하지만 이 글 내용상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상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이제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화면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설명할 수 있겠지요. 화면 위에는 여러 개의 가로선과 세로선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들이 모이고 겹쳐져 여러 개의 점(화소)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점, 화소들이 ‘퍼즐’처럼 한 조각 한 조각 모여 거대한 화면과 하나의 그림을 구성하게 되는 셈이지요.

 

 

DPI 실험

 

신문은 (그리고 인쇄물은) 일종의 ‘점(Dot)’을 사용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화소’처럼, 이러한 점들이 모여 완전한 사진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더 많은 점이 있을수록, 사진의 품질도 올라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점의 배치는 이미지의 색조에 영향을 줍니다. 밝은 색은 각각의 점이 멀리 떨어져 있고, 어두운 색은 각 점을 훨씬 더 가깝게 배치합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점의 크기가 작을수록 좀 더 세밀하고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한 가지 실험을 위해, 종이 한 장을 준비한 다음 (혹은 지금부터 이어질 과정을 머릿속으로 상상하셔도 됩니다) 검은색 점을 여러 개 가까이에 그려 반지름이 약 1인치(2.5센티미터) 정도되는 원을 하나 만들어 냅니다. 이 때 각 점은 상대적으로 가깝게 배치하되, 점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남겨 놓습니다. 이제 이 종이를 벽에 붙인 다음, 약 1~2미터 정도 떨어져서 종이 위의 이미지를 바라봅니다. 아마 빈 공간이 좀 보이는 속이 덜 찬 원이 하나 보일 겁니다.

 

이제 조금 다른 것을 하나 해봅시다. 같은 크기의 원을 하나 그리되, 이번에는 좀 더 작은 점들을 훨씬 더 많이 찍은 다음 더욱 더 가까이 놓을 수 있도록 해봅시다. 점을 다 찍었다면 다시 한 번 1~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선 다음 벽 위의 종이를 바라봅니다. 이번에는 훨씬 더 속이 찬 완전한 원이 보일 겁니다. 이제 훨씬 더 가까이 이동한 다음 벽을 바라 보세요. 작은 점들이 여전히 상당히 밀도 있는 원을 형성하고 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기본적으로, 앞서 설명했던 것들이 인쇄물과 디지털 이미지에서 점과 픽셀이 작용하는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인쇄된 이미지의 경우 그림의 품질은 인치당 점의 수(DPI, Dots Per Inch)로 결정됩니다. 위 이미지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한 영역에 더 많은 점이 있을 수록 점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좀 더 가까이에서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즉, 이와 마찬가지로 스크린 위의 가로 방향과 세로 방향에 더 많은 선이 있을수록 표시되는 이미지의 품질이 더 좋아집니다.

 

 

고인의 용어로 보는 간략한 설명

 

애플의 주장에 따르면 (휴대용 기기를 들고 볼때의 일반적인 거리인) 약 25~30 센티미터(cm), 10~12인치(in)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이미지 화소의 한계는 300 PPI 라고 합니다. 그런데 iPhone 4, 4S, 5에 사용된 레티나 디스플레이(망막 디스플레이, Retina Display)의 해상도는 326 PPI 입니다. (이는 4세대, 5세대 iPod Touch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때문에 폰이 사람의 눈, 망막(Retina)이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해상도를 가지게 됩니다. 훨씬 더 많은 화소, 점이 조밀하게 자리잡게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무엇이 표시되든 간에 마치 화소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아래의 영상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기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앞서 잠시 업급했던 PPI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훨씬 더 작은 공간에 추가적인 화소들을 눌러 담아 넣은 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이 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완전히 다른 측정 방법과 단위가 존재합니다. 각도별 화소수(Pixels Per Degree, PPD)가 바로 그것 입니다. 기본적으로, 눈으로부터 최적의 거리(약 10인치, 25센티미터)에 있으며 눈을 꼭지점으로 (각도로) 1도 떨어진 두 개의 화소를 고릅니다. 그런 다음 (눈과) 두 점(화소) 사이에 형성되는 삼각형을 화면 위에 눕히면 이 삼각형 안에 포함되는 (그리고 해당 지점에서 눈에 보이는) 화소, 픽셀의 수가 바로 PPD 입니다.

 


10인치 (25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300픽셀의 화면이 있을 경우, PPD는 ‘53’이 됩니다. 즉, 약 10인치 정도의 최적 거리에서 PPD가 53 이상인 화면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물론, 최적 PPD 값은 화면의 형태나 보는 거리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15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경우 77 PPD(Pixels Per Degree, 각도별 화소수) 값을 가지지만 PPI(Pixels Per Inch, 인치당 화소수) 값은 220 PPI 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두 각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모든 레티나 디스플레이 적용 기기의 PPI, PPD, 해상도, 보기를 위한 최적 거리를 정리한 것입니다.

 

  • iPhone 4, 4S, 4세대 iPod Touch: 326 PPI, 57 PPD, 960×640, 10인치
  • iPhone 5, 5세대 iPod Touch: 326 PPI, 57 PPD, 1136×640, 10인치
  • iPad (3세대와 4세대): 264 PPI, 69 PPD, 2048×1536, 15인치
  • MacBook Pro (15인치): 220 PPI, 77 PPD, 2880×1800, 20인치
  • MacBook Pro (13인치): 227 PPI, 79 PPD, 2560×1600, 20인치

 


보시는 바와 같이, PPD가 올라가면 PPI가 떨어지고 보기를 위한 최적의 거리는 증가하는 작은 규칙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동작하는 방식을 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최적” 거리에서 보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화면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면 이미지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그림의 품질이 떨어져 보이려면 정말로 가깝게 화면에 근접해야 합니다. 앞서 잠시 이야기했던 DPI 실험을 한 번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원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원의 안쪽을 구성하고 있는 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물론, 하나의 작은 공간에 어떻게 모든 화소를 집어 넣을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사실 화소를 서로 너무 가깝게 위치시키게 되면 각 화소에 대한 신호 전달에 문제가 발생해 실제로는 (색상등의 부분에) 변형이 발생해 이미지를 망치게 됩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애플사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크기가 작은 화소들을 약간의 차이를 두고 떨어진 다른 층으로 구성해 한 화소의 신호가 다른 화소의 신호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앞서 이야기한 이러한 화소 구성의 세부 사항에 대해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는 어떻습니까?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가 사용중인 LCD 화면의 해상도가 2880x1800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영상 해상도가 1080x1920인 영화를 하나 보고 싶습니다. 이 때 화면에 표시되는 영상에 화소가 보이는 품질 저하나 왜곡이 발생하지는 않습니까?”

 

이 때 이론상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화면 해상도가 2880x1800이라 하더라도 영상의 크기를 1080x1920으로 유지시킨다면 실제 화면 보다는 크기가 작겠지만 PPI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각각의 화소가 눈에 보이거나 혹은 영상이 왜곡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전체화면으로 재생 했을 때는 과연 어떨까요?

 


이 경우 영상 자체의 크기가 변경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상도와 영상의 크기 차이가 벌어질수록 영상의 품질 차이도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모니터 바로 앞에서 보기 보다는 팝콘 등을 가지고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진 곳에 앉아서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했던 ‘종이 위 원 그리기’의 예를 생각해 본다면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의 경우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사진을 최적의 해상도로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더 많이는 아닙니다) 또한 화면 해상도가 1136x640이기 때문에 (옆으로 돌렸을 경우 640x1136) 고해상도(HD) 영상을 보는 것 또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벡터 이미지와 폰트, 서체의 경우 일반적인 비트맵 이미지나 사진이 극도의 선명함을 가지게 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눈에 띄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벡터 이미지와 폰트는 화소(픽셀), 비트맵, ‘점’ 단위로 내용을 표시하는 대신 계산을 통해 ‘선’ 단위로 내용을 표시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이미지나 영상이 특정 해상도로 크기가 고정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벡터 이미지와 폰트는 특정 크기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값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거의 모든 환경에서 점이 보이거나 왜곡되는 일 없이 동일하게 보입니다.

 

 

정리

 

지금까지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동작하는 방식을 한 번 살펴 봤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당연하게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기존에 있던 LCD와 완전히 다른 그 무언가는 아닙니다. 넓은 공간에 작은 점이 훨씬 더 많이 빽빽이 채워져서 눈으로는 점을 구분하기 어렵게 구성되어 있을 뿐입니다. (일반적인 LCD 화면에서 픽셀, 화소가 하나 정도 들어갈 수 공간에 화소 4개가 들어가 있습니다) 의외로 원리가 단순하고 간단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반감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혹시 레티나 디스플레이 적용 제품을 사용해 보셨다면 컴퓨터, 태블릿 사용 경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남겨 주셨으면 합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