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非)日常3


휴대폰을 들어 대범이와 형준이에게 전화를 해봤다.
"여어. 지금 어디 있는데?"

대범이는,
"음? 너야 말로 어디있는 거냐? 난 네 이야기를 듣자마자 회사앞 '그' 카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신입 여사원과 함께 차라도 한잔 할거라며? 이런 기회를 내가 놓칠리가 있겠냐? 흐흐. 빨리 오라고." 라고 이야기 하곤 바로 전화를 끊었고.

형준이의 경우,
"아. 점심이야 아까 이미 먹었으니 됐고.. 네가 이야기 했던 여사원 있지? 약속 장소인 '이' 카페에 벌써 와있어. 방금전에 도착했다고. 너도 이제 빨리 와야되지 않겠냐? 이 카페 모임의 주선자면서 말이지" 라고 용건을 이야기하곤 전화를 끊었다.

으음. 다들 생각보다 동작이 빠르다.
정작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으면서 아직도 사무실에 머물러 있다니..
한 타임 늦은것 같아 손해보는 기분이 좀 든다. 점심 먹고 다시 사무실에 오는게 아니었다.
물론, 근처에 딱히 머물만한 장소가 있는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시간 활용상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던것 같다.
순간의 선택이 이후를 좌우한다고나 할까. 이후 시간 관리를 위한 필수 사항으로 참고 해야할것 같군.

거울을 잠시 쳐다보며 옷 모양새를 다듬은 다음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밖에 나와 보았다.

역시나.
머리 위에선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고 바닥에선 이글거리는 지열이 올라오고 있다.
장난이 아니다.
이대론 도저히 못버티겠군.. 빨리 시원한 카페에 들어가서 편안히 앉고 싶다.

걸어가면서 생각해 봤다.
신입 여사원의 이름이 뭐였더라? 갑자기 기억이 안난다.
얼굴 본지 몇 일 안되서 그런가. 카페에 가면 통성명부터 해야할것 같다.
그리고 카페에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게 좋을까. 이것도 고민된다.

꽤나 이야기가 길어진다면 시사 이야기를 해보는건 어떨까?
어떤 생각이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수도 있을거고, 시시한 잡담보단 좀 더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난 카페에 도착하게 되었다.

카페의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고 카페안에 들어섰다.
음. 벌써 공기부터가 다르다. 시원- 하다 못해 추운것 같다. 이런. 실내 적정 온도는 유지하고 있는건가? 의문스럽다.
메뉴판의 커피들은 비싼값을 자랑하고 있다. 이건 뭐야? 거의 밥 한끼 값이잖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거 아닌가? 돈 아깝구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대범이와 형준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하고 서있는거야? 빨리 이쪽으로 와야지."

생각을 얼른 정리하고 세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향한 다음
재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신입 여사원인 그녀가
생긋 웃으며 내게 먼저 인사해 온다.

"안녕하세요. 지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수줍은듯 하면서도 당당한 목소리로 첫인사를 했다.
아, 그리고 보니 이름이 지민이었지. 이야기를 듣고보니 이제사 기억이 난다.

뒤이어 나도 내 이름을 말하고 자기 소개를 했다.
대범과 형준도 각자 자기 이름을 말하고 가볍게 자기 소개를 했다.
그녀도 생긋 웃으며 앞서 들었던 그 상쾌한 목소리로 답례를 했다.
이른 아침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느낌 자체가 그랬다.

인사가 끝난뒤 잠시 동안 잡담이 이어졌다. 요즘 날씨가 정말 덥다는 이야기, 연봉 협상이 만족스럽게 이뤄졌다는 이야기, 일본 계약건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아, 그리고 프레젠테이션때 발표가 어떠했는가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자판기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원래, 사내의 자판기의 경우 우리 회사 직원이면 누구나가 무료로 뽑아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지민이의 경우 그걸 몰라서 여지껏 자기 돈을 넣고 뽑아 먹었단다. 대범이는 '저런'이란 말을 무심코 내뱉었고 형준이는 그런 지민이를 안스럽다는 눈길로 쳐다봤다.

난 이야기를 듣고나서 위로의 말을 건넨뒤 속으로 생각했다.
'아! 아까운 네 돈.'

이야기 하는내내 쭉- 생각한 거지만
신입 사원인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구석이 있다.
옷도 수수하게 입고 있고, 머리 스타일도 무난하게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여성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귀여움이 느껴진다.
과장을 덧보태자면.. 사슴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이야기 할때마다 이어지는 밤비 같은 몸짓, 그리고 이야기 하는 내내 느껴지는 밝고 씩씩한 분위기. 이 때문인지 화창한 태양과 화사한 해바라기 꽃이 연상된다. 머리 스타일을 포니테일로 하면 더 어울릴지도..
... 라는 말도 안되는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본 이야기를 꺼내는게 좋을것 같다.
우선 시사 이슈 이야기.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상당한 황당한 기사가 실려 있더라고. 미국 국무부가 국제수로기구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자는 서한을 보낸지 하루 만인 오늘, 단독으로 연방정부 지명위원회의 방침에 따라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기로 했다던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나로서는 상당히 분통히 터지고 속이 끓어 오르더라고. 솔직히 화가 난다고 해야할려나. 이런 사안일수록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민으로서 상당히 어이가 없어. 우리 정부는 대체 뭘하고 있는거지?"

대범이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안그래도 나도 그 이야기를 접하고 상당히 어이가 없더라고. 그래서 좀 더 찾아봤는데 사실 미국이 오래전부터 이런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하더라고. 거기에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영국 정부도  IHO(국제수로기구)에 일본해 단독 표기 의견을 전달했다고 하던데.."

형준이가 말을 이었다.
"나도 애국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순 없지만, 일본에 대해선 내심 좀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하고 나니 화가 나기보단 맥이 빠지더라구. 국제 사회 여론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라고 이야기했다.

뒤이어서 이야기에 참여한 지민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했고, 나를 포함한 우리 넷은 이 주제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이란 제로 밖에 없겠지만.
이럴때보면 국민이자 시민으로서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정부,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이 거의 없구나. 찍소리도 못하는걸 보면. 찍소리라도 해야 답답하지나 않을텐데. 아아.
이거, 이대로라면 일본 계획대로 흘러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국제 분쟁 지역과... 기타 등등. 교과서도 착착 '변조'되고 있고.

이번에는 대범이가 미국의 신용 강등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 신용이 S&P(스탠더드 앤 푸어즈)에 의해 트리플 A에서 AA+로 강등된 뒤로, 세계 각국의 증권과 주식 시작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이미 이 이야긴 들어서 알고 있겠지. 그런데 우리 나라의 코스피 지수가 세계에서 하락률이 제일 높다고 하더라고. 이게 뭘 의미하는거지?"

내가 이어서 말했다.
"그건 우리 경제의 뿌리깊은 문제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거의 전 분야에 걸친 투자액과 지분의 상당수가 '해외 투자자'들 소유이고, 내수 시장도 무척이나 작아. 이 때문에 대외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고, 이런 상황은 갈수록 심화되가만 하고 있지. 이제 우리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이 그랬던것처럼 내수 시장을 크게 키워야 하지 않을까."

지민이가 여기에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 나란 인구수가 제한적이지 않나요? 이건 어쩔 수 없는거죠. 아무 기반도 없도 우리 나라가 이렇게까지 클 수 있었던 것도 수출 위주의 성장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하죠. 내수 시장이 아닌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거 아닐까요."
그녀가 확신에 찬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목소리로.

우리 넷은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커피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 얼음밖에 남지 않았고, 점심 시간도 거의 끝나가는것 같다.
음. 그러고 보니 오늘 이야기는 알게 모르게 경제쪽으로 흘렀던게 아닌가 싶다. 물론, 국제 정세와 정치 이야기도 조금은 포함되었던것 같지만 말이지.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것 같다.
나름 의미있는 대화였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려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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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스윈

서지스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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