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끝없이, 하염없이.
여름날의 이 비는 끝도없이 계속 내리고 있다.
대체 누구냐. 이 비를 담당하는 자는 누구냔 말이다.
이제 그만 그칠때까 되지 않았나? 이건 엄연한 직무유기다.
 
이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내다 보았다.
창밖은 온통 은빛으로 물들어 있다. 희뿌연 안개가 주변을 커튼처럼 둘러싸고 있다.

쉴새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풀잎을 마구 때리고 있다. 무거운 빗방울을 견뎌내는 풀잎의 모습이 안스러워 보인다. 바람은 산들산들, 가볍게 불어오고 있고.. 공기는 선선하다.

귀를 기울여 보니
다다다다... 다닥- 다닥- 빗방울이 만들어 내는 팀파니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하다. 방금전까지 불쾌했던 마음이 점점 누그러든다.
이윽고 빗소리에 맞춰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얼마나 걸어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것 같다.

우산을 든 소녀들이 육교위로 올라가고 있다.
방금막 정차한 택시엔, 양복을 입은 신사 한 명이 헐레벌떡 올라타고 있고
과일을 팔던 할머니 한 분은 남은 과일을 정리하고 장사를 마무리 하기 바쁘다.

저 먼곳에선 대낮부터 술이 얼큰하게 취한 회사원 두 명이 걸어가고 있고,
다른 한켠에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예닐곱의 학생들이 시끌벅적 떠들어 대며 걸어가고 있다.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어이, 나도 좀 알려다오. 마침 귀가 갇 길어낸 샘물처럼 시원하고 맑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있었거든. 나도 좀 알 수 없을려나.

-.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열심히 두 다리를 움직여 저 멀리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군상을 보고 있었다.
군상.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모든것이 더욱 더 도드라져 보인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이 있고.
또, 저런 사람이 있으면 이런 사람이 있다.
모두가 제각기 다르다.

세상은 이처럼 다양한 것이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지난하고, 무겁고, 밝고, 환하며, 향방을 알 수 없는 우리네 삶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위쪽에는 기상 헬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내가 이런 사실들에 새삼 놀라고 있는 그 순간에 말이다.

외국인 3명이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고 있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새롭게 떠오른 단 하나의 생각 때문에.

"여행을 하자"
난 여행을 하고 싶었던 거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 것이다.
이 두 다리로 한 번 걸어가 보는 거다. 될 수 있다면 좀 더 즐거운 곳으로.
어쩌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뭐, 괜찮지 않을려나.
그래.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무작정 떠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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